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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off)

[25-1] 막막한 진로 찾기

굉장히 막막하고 속상한 dizdaz..

하지만 한 번쯤은 꼭 겪었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위로해 보자

 

복수전공을 시작한 지 한 학기, 그리고 첫 방학

부족했던 점이 너무 많았던 지난 학기였기에

이번 방학에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조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신적 신체적 충분한 휴식,

유창하고 픈 영어 실력,

내가 원하던 진로를 위한 코딩 연습,

학기 중에 필요한 대학 수학 지식,

거기에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과,, 독서에 대한 욕심까지

(취미도 갖고 싶고, 데이트도 하고 싶고,, 욕심쟁이..)

 

문득 돌아보니

처음 복전을 시작하던 나와

지금의 나는 조금 바뀌어있었다

 

미국에서 살고 싶다

해외에서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온 머리를 지배했던 작년과는 달리

24년 치 밀린 humble pie를 먹은 나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것이 느껴지는 것이 조금은 처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명랑하고 밝았던 나 자신이 현실적 회의주의자가 된듯하여

 

부정하고 싶었지만 확신이 없었던 탓에

머릿속에는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교사가 되는 것이 최적의 선택지였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내가

복전이라는 선택이 실패일 것을 의식하며 자신은 교사의 제목이 아니었다고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정말 최악으로, 근본적으로 복수 전공 학과를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닌지 

두렵고 불안해서 자꾸만 해야 할 것들이 머릿속을 메우는 탓에 무엇에도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의 원인은

명확한 목표 없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을 가질지, 어떤 대학원이 갈지 

물론 당연하지만

자꾸만 흔들리고 과거의 선택들을 후회하는 내가 힘들다

 

속상한 이유는

내가 기대하고 믿어온 것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내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위압감이 자꾸만 드는 것

그런 스트레스들이 자꾸만 나를 갉아먹는 것, 

내 장점까지도 뺏어가고 있는 것

그런 것들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

 

세상과 사람들에 관심을 끊었던 것은

내가 감히 고치고 판단을 내릴 수 없을 만큼 복잡했기 때문이다

문제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은 수많은 실들로 연결되어 있어

특정 부분만을 건드릴 수도 없었고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내 삶이 그렇게 느껴지고 있다

문제를 찾으면 명확하게 원인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진짜 문제가 맞는지도 알 수 없다

 

가령,

나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게 연결되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렇게 놓아버린 다수의 인연들로 인해 내가 정말 필요한 조언을 놓쳤다면?

반대로 내가 불안감 때문에 구했던 생소한 이들의 조언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면?

위 질문들의 답이 "알 수 없다"이고 

세상에 모든 것들을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자꾸만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채우는 것은 큰 고통이다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기정사실처럼 새겨지는 것 역시 더 큰

 

-

내 남자친구는 요즘 나에게 C++을 알려주고 있다

오늘도 부천에서 의정부까지 와서

몇 시간이고 나에게 코딩을 가르쳐주고 설명해 주었다

 

나는 정말 고마웠다

사실 너무 큰 고마움이라, 이해되지 않았다

나를 위해 이곳까지 와서 순전히 나만을 위한 일을 한다는 것이

이건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반대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 쉽지 않음을 알아서이다

 

너무 큰 고마움이어서

고맙다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나의 장점은 모든 것이 되려 하는 것이지만 (*다능인)

단점 역시 모든 것이 되려하는 욕심이다

 

나는 우울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이 기분도 그저 로코 왈가닥 여주처럼 시원하게 넘기고 싶었다

동시에 재정적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부모님에게 묶여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나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너무 많은 것을 갖고 태어난 것도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것도

단지 행운은 아니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돈 걱정 없이 그냥 맛있는 밥과 음식을 사주고 싶었다

다낭과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도 싶고

데스크 탑도 하나 사고 싶다

새로 입주하는 자취방에 카펫 장판도 붙이고 싶고

머리도 자르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일일 때 마음껏 선물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너무 적다

 

베푸는 건 너무 큰 행복이다

그런데 나는 너무 적게 가져서 자꾸만 마음이 옹졸해진다

그 옹졸함을 의식할 수 있을 만큼 

돈에 많은 경험이 쌓인 내가 괴롭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데

넓게 볼 수 없을 만큼 너무 적게 가진 내가

자꾸만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내가 싫다

(그리고 나를 싫어하는 나도 싫어!)

 

생각은 이렇게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힌다

글을 적으며 생산적인 생각과 overthinking을 구분해내려 하지만

기분이 쉽게 나아지지도

어제 4시간도 자지 못한 것치고 지금 잠이 오지도 않는다

 

내 진로도 찾아봐야 하고

푸리에 급수도 공부해야 하고

선형대수, 머신러닝도 공부하고 싶고

이것들에 맞춰 시간표도 짜고,

JD도 찾아봐야 하고

동아리 지원을 위해 프로젝트도 해야 하고

오늘 남자친구와 연습한 내용도 백준에서 풀고 얼른 브론즈 달아야지

 

선택과 집중을 조금 더 연습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너무 욕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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